생명과학과가 IT 대기업에 입사하기까지 8 - 취준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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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바뀌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습니다.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 같아요.
취미가 일이 되는 '덕업일치'를 이뤘네요.
지금까지 쓴 글을 되돌아보니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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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가 가까워질 무렵, 취업 결심 - 비전공자 채용
배수진이라고 했었다.
전역하고는 적(籍)을 두고 있는 곳이 없는 백수였다.
상꺽(상병 5호봉) 전까지는 전역 후에 뭐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취직이나 대학원이나...
그러다 취업을 하리라 마음 먹은 적이 있었는데, 취준생이었던 한 친구가 '대기업에서 비전공자만 지원하는 IT 부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다.
찾아보니 삼성 SCSA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전공자가 아닌 공대 또는 자연대 계열, 인문계열 등이 지원할 수 있었다.
많은 정보는 없었지만 많을 때는 100명, 적을 때는 20여명을 뽑는다는 얘기가 있었다.
왠지 이거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SCSA에 대한 열망이 솟구쳤다.
며칠 동안은 가슴이 많이 두근거렸다, 목표가 생겼으니까.
필요한 영어성적을 만들기 위해 OPIc을 공부했고 시험을 봤다.
생각보다 낮은 성적(입대 전보다 영어실력이 퇴화한 듯)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성적은 넘었다.
그나저나 영어 회화 자체는 재밌는데, 시험을 준비하려니 너무 하기가 싫었다.
공부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과연 이렇게 외우는 게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될까...
전역 후, 본격적인 취준생 시작 1 - W 기업 인턴지원
내가 상병 즈음에 내 친구들은 취업준비생이었다.
여러 회사에서 떨어지는 걸 봤고, '여러 군데에 지원해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나도 여러 회사에 지원하려니 공부할 것이 좀 있었다.
자기소개서, 인적성, 코딩테스트(개발부문), 면접...
하지만 소신이 있지가오가 있지 아무 곳이나 잡히는대로 지원하기는 싫었다.
먼저 내가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아니 인공지능의 신비함을 처음 느꼈던 곳을 가보고 싶었다.
인턴이라도 괜찮았다, 가보고 싶었으니까.
그곳은 W기업, 영화 평점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지금은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도서도 있고 OTT와 블록체인까지 사업을 넓혔다.
당시 개발 쪽에 채용이나 인턴을 뽑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한 번 해보자' 싶어서 인사팀에 인턴을 해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인사팀도 그런 경우는 흔치 않았을 것이다.
흥미로웠는지, 인턴은 언제나 환영이라는 메일과 함께, 인턴 채용 안내 메일을 보내줬다.
자기소개서와 포트폴리오(얼마 되지는 않아지만)를 자유형식으로 보내고 2차는 코딩테스트였다.
온라인 코딩테스트였는데, 당시 코딩테스트를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떻게 코딩을 테스트한다는 거지...'
그 때가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였고, 전역 후 3일 째 되는 날에 코딩테스트가 예정되어 있었다.
매일매일 일어나서 잘 때까지, 전역했다는 느낌도 들지 않을 정도로 코딩테스트를 공부했다.
한 문제를 하루 종일 풀지 못해서 끙끙대던 날도 있었다.
하... 이래서 어떻게 코딩테스트를 통과하나...
코딩테스트 당일.
놀랍게도, 다 풀었다.
다 푸는 순간 손이 덜덜 떨렸다.
시간도 30분 넘게 충분히 남았다.
'내가 푼 게 맞나?'
3차 채용과정은 면접이었다.
면접은 1:1로 3번이었는데, 한 사람당 20분 정도씩이다.
인성, 직무(코딩테스트 설명 등)를 다양하게 물어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면접을 보는 거라 준비를 제대로 못했고, 면접자의 입장이 어때야하는지 잘 몰랐다.
하나 기억나는 게 있다.
면접관 : 인턴 후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고 싶나요? 나 : 음... (나름 면접관과 회사를 배려한다는 의미에서) 그건 회사와 저의 생각이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쭉 일하고 싶습니다. |
질문에 적절한 대답도 아니었고, 면접관 입장에서는 '별로 오고싶어하지 않구나'라고 느낄 수도 있는 대답이었다.
그런 대답을 여러 번 해서 결국 최종 합격은 안된 것 같다.
면접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고, 내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
면접에 두려움도 생겼지만, 이전에 막연히 '취업 어디든 되겠지 뭐' 하던 생각이 본격적인 '취준생 모드'로 바뀌게 되는 시작이었다.
아쉬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큰 도움이 됐다.
더 좋은 곳으로 올 수도 있게 됐고.
(당시엔 연구(인공지능)쪽은 할 수 없을 거고 개발만 하게 될 거라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의 직장에서는 개발과 연구를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전화위복이 아닌가 싶다.)
전역 후, 본격적인 취준생 시작 2 - 대기업 서류 지원
W기업의 채용과정이 늦어지면서 탈락 소식을 들었을 때는 이미 대기업 공채가 시작된 이후였다.
당장 1차 서류전형 마감이 일주일도 안 남았을 시기였다.
자소서의 늪이 시작됐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한 이유는 2가지다.
처음엔 비전공자 유형이 대기업 밖에 없어서였다. (삼성 SCSA 같은)
그런데 나중에 비전공자 유형을 포기하니 다른 이유가 생겼다. (이유는 후술)
인공지능을 제대로 다루는 곳 중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대기업 밖에 없었다.
대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인공지능을 다룬다고 해도 석사 또는 그 이상의 경력(2년)을 요구한다.
하지만 비전공자인 내가 그런 경력이 있을리는 만무하다.
그렇다고 그냥 개발 직군으로 지원하자니, 인공지능 없이 개발만 하는 것은 (특히 유지보수 업무) 내게 단순 작업의 반복으로 느껴져서 금방 흥미가 떨어질 것 같았다.
대기업은 신입에게 인공지능을 '가르칠' 여건이 되는 곳이다.
당장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규모가 작은 곳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그래서 나는 10대 대기업 중 인공지능+개발이 가능한 업무가 있는 회사에 모두 다 지원했다.
거기에 더해서 IT회사 중 규모가 있고 인공지능을 다루는 곳도 찾아보고 후보에 두었다. (여긴 공채가 아니라 부서마다 채용이라서 딱 정해진 시간이 없기에 후순위에 두었다)
자소서를 준비하며, 내겐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기에 채용설명회도 몇 군데 갔다.
남은 채용설명회가 별로 없기도 해서 모든 곳에 갈 수는 없었다.
서울에서 하는 곳 몇 군데를 들렀다.
삼성, CJ, 롯데 채용설명회를 갔고, LG는 유튜브로 봤다.
채용설명회를 가니 자소서의 지원동기에 쓸 내용이 생겼다.
'왜 이 회사인가'에 녹아낼 내용이 회사 소개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자소서 쓰려고 이것저것 참 많이 알아봤다.
채용설명회 뿐만아니라, 회사마다 운영하는 사이트와 블로그는 필수다.
뉴스 기사도 찾아보며 뽑아낼 내용을 찾았다.
나와 관련된 내용도 다듬었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그 중에 내세울 것이 뭔지 선택과 집중을 했다.
코딩 말고도 리더십, 동아리, 사회활동, 글로벌 역량 등 물어보는 것에 따라서 쓸 내용이 달라졌다.
내 대학생활을 쭉 한 번 돌아보는 기회였다.
그래도 나름 여러 가지를 많이 한 것 같다.
학점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준수해보였다.
비전공자라는 것만 빼고.
제일 중요했던 것이 비전공자인 나를 어떻게 내보일 것이냐였다.
그냥 생명과학 전공이라고 하면 '에이 뭐야, 비전공자잖아?'로 끝날 터였다.
나는 '비전공자임에도 열정을 가지고 인공지능과 코딩을 스스로 공부한 사람'이 되어야 했다.
자소서를 쓰는 데, 한 기업 당 하루(10시간 정도)가 걸렸다.
기업 공부만 3-4시간이 걸렸고 쓸 내용을 걸러내는 것도 꽤 걸렸다.
실제로 글을 쓰고 첨삭하는 시간은 반도 안된 것 같다.
복사 붙여넣기는 한 군데도 하지 않았다.
한 회사의 자소서를 완성하고 나면 진이 빠졌다.
취업준비를 하면서, 우리 학교(대학교)는 취업하는 사람의 수가 적고 선배도 적어서 물어볼 곳이 참 부족하다고 느꼈다.
내가 힘들었던 점을 후배들한테 또는 필요한 사람한테 미리 알려주고 도움을 주고 싶었다.
적절한 기회가 된다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싶다.
내 어느 선배가 도와줬던 것처럼.
기업마다 공채 시기가 크게는 3주 정도 차이가 나니, 다른 기업을 쓰고 있을 때 어느 기업에서는 1차 합격발표가 났다.
나는 50% 합격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합격 발표 후, 2주 안에 인적성 검사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코딩테스트로 대체되는 곳도 있었다.
부랴부랴 다름 전형 준비를 시작했다.
비전공자 전형을 포기한 이유
비전공자 전형은 대부분 SI나 (내가 생각하기에) 단순 개발 업무를 하는 것 같았다.
인공지능을 접해볼 기회도 적어 보였다.
교육기간도 기본 6개월 정도 됐다.
삼성 채용설명회에서 인사담당자분이 'SCSA는 채용 인원이 별로 안된다. 오히려 프로젝트 경험과 기본 지식이 있으니 일반채용(전공자 채용)에 넣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비전공자의 장점을 잘 살리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고민한 결과, '그래, 이왕 입사할 거,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곳에 가자! 가능성보다 도전이다!'라고 생각해서 일반전형으로 방향을 틀었다.
서류전형에서 도움이 됐던 블로그 / 코딩테스트 준비 사이트
(백준은 너무 유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