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8. 7. 22:05ㆍ취업
마지막 학기, 졸업논문 - Bio-computing
1년 동안 휴학하고 돌아온 학교.
마지막 학기가 남았다.
우리 학교는 졸업 논문을 써야 졸업할 수 있었다.
9월에 복학하면서 학교에 오면 학기 중에 졸업논문을 쓸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기에 미리 연구실에 다니면서 졸업논문을 준비하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졸업논문이 빡세지도 않고 통과가 안 되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졸업논문 기한을 넘겨서까지 논문을 쓰는 친구들은 있다.
내 목표는 졸업이지, 멋진 졸업논문을 쓰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빨리 대충 호로록 쓰고 접고 싶었다.
나는 7월에 연구실을 알아보고 복학했다.
생명과학 전공이지만, 주말까지 실험실에 나와서 밥 주는 세포, 쥐, 초파리, 물고기 등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흥미가 없는 것이 더 큰 이유지만. (고등한 뇌과학을 하고 싶었음 - 4편 참고)
나는 뇌과학에 흥미가 있고, 컴퓨터를 좋아하니 bio-computing 연구실을 알아봤다.
생물과 컴퓨터가 합쳐진 곳은 요새 많다.
system biology, bio-computing, health/medical 관련 공대 등.
우리 학교에 뇌과학을 하는 곳이 있어서 그 쪽으로 갔다.
정통 뇌과학이라기보단, 학과 자체는 전산이지만 생물과 관련된 것을 하는 연구실이다.
나는 거기서 수면과 관련된 논문보고서을 썼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수면 다원 검사 중 뇌파(EEG)로 수면 단계를 알 수 있는데(REM 수면 같은 것) 아직까지 수면 단계를 판단하는 것은 사람이 한다.
전문가라는 사람이 뇌파 신호를 보고 '오 이것은 3단계 수면이네요.'라든지, 'REM 수면이군요?' 라든지 하는 것이다.
재밌는 건, 뇌파라는 게 명확하지 않다.
비유하자면, 소리 신호(녹음할 때 신호 그래프 같은 게 들쭉날쭉한 것)를 보고 어떤 신호인지 맞추는 것이다.
물론 수면 단계 별로 특징이 있긴 하다.
보통 전문가 여러 명이 함께 판단해서 의견이 다른 뇌파 신호만 합의(?)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전문가 사이에서 의견이 참 많이 다르다. (내가 가지고 있던 데이터는 그랬다)
역시 사람
나는 그 뇌파를 보고 컴퓨터가 수면단계를 맞추게 만드는 작업을 했다.
시간이 없으니 엄밀하게는 못하고, 어떤 수면 단계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신호를 찾아내면 된다.
신호를 찾으려면 신호를 정의하고 규정해야 하는데, 그 규정이 너무 애매하고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찾아내지 못하더라.
졸업논문은 그래서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망했다는 뜻
그래도 어찌어찌 조그만한 의의를 찾아내서 제출했다.
부끄럽게 학교 도서관에 보관하더라.
각종 교내 IT 교육 프로그램
마지막 학기에는 졸업하기 전이니까 대학의 많은 것을 누려보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주최하는 많은 프로그램을 찾아다녔다.
그 중 하나가 IT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창업센터라는 곳에서 하루나 이틀짜리 IT 교육 프로그램을 열었다.
아두이노, 포토샵, 일러스트, 3D 프린팅 등등
그런 거 들으러 다녔다.
뭐, 그런 쪽으로 나가고 싶은 건 아니고, 경험해보고 싶었다.
나름 재밌더라.
특히 아두이노는 괜찮은 센서랑 하드웨어만 있으면 재밌는 것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튜브의 '긱블'이라는 곳에서 그런 거 많이 하던데, 재밌어보인다.
개발자도 하드웨어를 좀 알면 좋지 않겠나?
그래서 우리학교는 전산학과도 전기 관련 과목을 배우나보다.
군.대.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가 졸업하고 뭘 할 건지.
내가 무엇을 해야하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군대부터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필이었다.
졸업이 다가올 때까지 군대를 안 간 이유는 통일전문연구요원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대부분 대학원에 가서 전문연으로 병역을 해결한다.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저학년 때는.
그리고 매 번 교환학생이나 해외봉사 프로그램 등등이 겹쳐 군대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다른 대학에 있는 내 친구들이 예비군이 될 때까지 나는 미필이었다.
생명과학 대학원을 안 가기로 결정했다.
뇌과학 대학원은 생각이 있었다.
군대를 가느니 대학원이 나을 테니. 대학원생이어도 그런 생각을 할까?
그 생각으로 뇌과학 대학원을 알아보고, 실제로 인턴도 해봤다.
진로 고민으로 뇌과학 책을 읽다가 저자한테 이메일도 써보고, 여러 교수님이랑 면담도 해보고, 진로검사도 많이 했다.
그러다 내가 하고 싶은 고등(?) 뇌과학은 심리학에 가깝고, 마음에 드는 대학원들도 (우리나라 분류로는) 심리학 대학원이었다.
심리학은 문과니까 전문연이 안된다.
이런 저런 생각에 대학원은 안 가기로 결정했다. (더 많은 고민이 있었다)
고로 전문연을 포기했으니 군대를 가야지.
자연스레 취업도 하나의 진로 후보로 고려하게 됐다.
그런데 취업할 때 학생이 아니라 백수면 취업하기 힘들단다.
특히 졸업 후 2년이 지나면 취업률이 급격히 하락한다나...
주변에도 군대 때문에, 또는 취업 때문에 졸업 유예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내겐 졸업 유예 후 군대라는 선택이 남아있었다.
졸업 유예?
많은 사람이 나한테 물었다.
"왜 졸업유예 안했어요?"
실제로 대기업 면접에서 면접관이 대놓고 묻더라.
내 대답은,
"무의미하게 졸업을 연기하기 싫었습니다"
근데 졸업 유예가 당연한가보다.
면접관은 다시 말했다.
"당연히 졸업을 미루고 군대 가지 않나요? 졸업하고 군대 간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아, 생각의 전제가 저랑 많이 다르시군요.
뇌사판정 받은 사람한테 의미 없이 호흡기를 달고 있는 것,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다, 졸업유예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
그래서 졸업하고 군대 갔다.
그리고, 군대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우리나라 군대에서 가장 꿀보직이라는 곳으로 갔다.
그래도 군대지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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